김웅(2009-03-02 21:39:18, Hit : 3590, Vote : 725
 작업실 유희...


긴 겨우내 무얼 그리 힘들게 뛰었을까!
세상으로 흘러드는 물줄기를 따라 내발딛는 곳도 모른 체
늘 그래왔듯이 열심히, 성실하게 산다는 소리 들으려고
쉼 없이, 소리 없이, 무던히도 참고 인내하며 앞만 보고 달렸나보다.
자그마한 내 공간의 새봄은 저리도 찬란한 빛을 잉태하고 있었는데…

조금 일찍 일상을 접고 작업실 공간으로 들었다.
사위로 헤집고 드는 바람줄기들…
을씨년스런 꽃샘바람이 가득한 이런 날엔 장터 선지국밥 한 그릇에 동동주 한 사발이 그립다.
“장날이 언제지! 오늘일까!…”
전화로 아내에게 장날을 확인하고선 벌써 입안 한가득 머금은 시원스런 선지국밥과 동동주가 뇌리를 온통 뒤흔들어 놓았다. 허겁지겁 입은 옷에 주섬주섬 지갑과 열쇠꾸러미를  챙기고 장터로 달려가는 내 모습은 누가 보면 무엇에 홀린 사람이라 했을 것이다.
국밥집을 들어서며 “이모! 국밥하고 동동주 한 통 주셔요! 선지 듬뿍!”
여기저기서 호탕한 웃음소리 가득한 장터국밥집은 내가 이곳에 살며 누릴 수 있는 보물창고들 중에 하나다. 호젓한 들녘 한편, 작은 시골 마을에 작업실을 마련하고서 내가 찾은 행복은 실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중 오늘 같은 호사스런 이 행복은 그 무엇보다 큰 기쁨이다.

홀로 생각에 잠기며 입가에 웃음 한가득 담고서 한 잔, 한 잔, 동동주 잔들은 춤을 춘다.
시원스런 선지국밥 한 입에 또 한 번 흐뭇해하며 행복을 가마니 채 담고 있다.
멀리 있는 친구들, 가족들, 부대끼며 살아오는 동안 이런저런 만남들에서 묻어나는 그리운 얼굴들…그들 모두에게 소박하게나마 이 따뜻한 선지국밥 한 그릇에 동동주 한잔 거하게 대접하고 싶다.

작은 시골장터의 유희를 못내 아쉬워하며 다시 들어서는 작업실 마당에선 초롱초롱한 초저녁 별들이 고개들 살며시 내밀고, 벌써 새봄축제를 벌이고 있는 매화향이 또 다른 여유로 나를 유혹한다.
우려낸 찻잔에 매화 송이 띄워가며 한잔 한잔에 다시 취하고…
몽롱한 취기에 젖어, 먼 들녘 바람소리 따라 지나가는 애틋한 수많은 것들을  그리워하며 이렇게 노닐다 잠들려나보다.
2009. 3. 2.  -가락작업실에서-




가락작업실을 뒤로하고서......
2005 작품에 대한 화문(畵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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