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2010-05-04 14:02:50, Hit : 3279, Vote : 558
 가락작업실을 뒤로하고서......

               가락작업실을 뒤로하고서......


무던히도 지겹게 느껴지던 겨울 한기가 끝나는 것일까!
봄기운을 채 느끼기도 전에 초여름 같은 더위가 옷가지들을 한 겹 한 겹 벗겨낸다.

묵은 계절을 떠나보내듯 가락작업실을 이제 정리하고 있다.
십년을 훌쩍 넘기며 다시없는 보금자리로 삼고 드나들던 작은 공간이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들로 자리를 비워야 한다.
새로운 보금자리에 둥지를 틀어야 한다는 두려움과 함께
정들었던 흙과 나무, 온갖 꽃들과 풀들이 떠나려는 발길을 붙잡아 쉬이 일어설 수가 없다.
돌이켜보면, 수없이 많은 일상들 속에서 온갖 세상사가 빼곡하게 씌어있고, 손길 닿은 곳마다 때 묻은 자국들도 수북이 쌓여 있다.

건강을 챙기겠다며 찾아들었던 곳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되찾은 건강도 축복받은 것이고,
개인전이며 이런저런 일들도 은혜를 듬뿍 입은 것들이다.
아들 녀석이랑 기르던 개들을 데리고 사계절 내내 자연이 피워내는 향내를 맡으며 거닐던 들판,
난생 처음 새 집을 짓느라 새벽마다 공사현장으로 뛰어다니며
몸살도 잊고서 분주했던 행복한 순간들은
내 기억의 깊은 자리에서 아름다운 그림으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담쟁이덩굴을 처음 심어놓고서 어서 하루빨리 무럭무럭 자라기를 기다리며
조바심에 잠 못 들어 하던 날들도 있었고,
매화 향이 날리던 날이면 찻잔에 꽃잎 띄워가며 마시던 호사스런 날도 있었다.
햇살 좋은 날이면 정원을 누비던 아들 모습,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었지만 가끔 숯불에 피워 올리던 고기 굽던 냄새와 정겹던 얘기들,
휴일 늦잠이라도 잘려면 새벽부터 창가에서 조잘대던 새소리들,
여름날 더위에 바람 쐬러 나설 때마다
밤하늘을 가득 채워가며 합창해주던 개구리와 이름 모르는 풀벌레소리들,
비오는 날이면 차 한 잔의 여유로 감상에 젖어 지내던 넉넉했던 시간들,
가을바람에 흩날리던 낙엽을 쓸던 날,
어쩌다 눈 내리는 날이면 소복하게 눈 쌓인 정원의 고즈넉한 밤풍경은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김해 장날 선짓국과 동동주 한 잔, 새벽시장의 수제비도 멋진 추억이었는데…….

하지만, 지나간 일들 하나하나 생각할 때마다 아쉽고 애달픈 사연들도 많다.
냇가에 묻어둔 ‘하루’는 잘 지내고 있을까!
아픈 녀석을 밤새워가며 보살폈건만 먼동이 채 떠오르기도 전
꽂아 놓은 링거액도 다 맞지 못하고서 내 곁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던 강아지 녀석이
맘 한구석을 아려온다.
또, 추석 명절을 앞에 두고서 잃어버린 ‘별’이 녀석은 어디서 어찌 되었을까!
여기저기로 보내어진 별이 새끼들은 잘살아가고 있을까!
레오와 초코는 이곳을 기억하고 있을까!.......
나에게 얼마간의 귀한 시간들을 나누어준 소중한 생명들이었다.

  지나온 시간들 하나하나가 모두 작은 나의 행복을 엮어준 아름다운 채색물감들이다.
이제 수북이 쌓인 추억의 시간들을 겹겹이 가슴에 동여매고서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길 생활의 자질구레한 짐 꾸러미를 담아내고 있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아가던
또다시 이 아름다운 시간들을 보듬어 볼 수는 없을 것 같아
주워 담는 시간들마다  더욱 무겁고 애달파 아쉬운 맘 가득 차오른다.

                                                                                          
                             2010년 5월 봄날에 ......







삶과 생명의 변주곡
작업실 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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